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은 첫 출세작 메멘토를 시작으로 기억과 꿈에 대해서 집요하게 탐구해 왔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나 기억과 꿈이 테마이다.
“인셉션”이란 한 인간의 꿈속에 침투해서 특정 생각을 주입하는 것을 말한다. 정보를 빼내는 것은 추출이라는 의미의 익스트랙션이라고 불리는데 이것보다 훨씬 고난이도의 작업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무의식속으로 들어갈 필요도 없이 멀쩡한 의식속에 특정기억을 심거나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어떨까.
다음의 실험을 보자

어린 시절 디즈니랜드에 가본 적이 있는 학생들에게 한 아이가 벅스 버니의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을 보여준다. 아이들에게 벅스버니를 만났던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해보라고 했다. 그 가운데62%가 벅스버니와 악수를 했다고 말했고, 45%는 포옹을 했다고 기억했다.
심지어 한 학생은 벅스버니에게 당근을 주었던 것을 기억하기도 햇다.
하지만 디즈니랜드에는 벅스 버니가 없다. 있을 수가 없다.
벅스버니는 디즈니의 라이벌인 워너 브라더스의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선생님: (디즈니랜드의 벅스버니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 어린이들, 디즈니랜드에서 벅스 버니와 놀았던 얘기를 각자
해보아요!
아이들: 저요!저요!저요! 선생님: 페이크다 이 병신들아!
저는 손 잡아 봤어요. 저는 포옹도 해봤어요.
저는 사진도 찍어봤어요.
아이들은 꽤 높은 확률로 암시에 의해 없던 기억을 생생하게 만들어 냈다.
종종.. 확실한 증거 비디오가 존재하고 증거물(예를 들어 명함이라든가)이 있어도, 그것을 부인하는 사람이 있다. 문제는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없던 기억을 만들어 냈듯이 있는 기억을 아예 지워버린 걸지도 모른다.
다음의 기사를 보자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출범 때부터 정치자금 등의 문제에 대해 도덕적으로 깨끗하게 출발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시작이다. 앞으로도 추호의 흔들림 없이 나가야 하고, 나 자신부터 한 점 흔들림 없이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런식으로 헛웃음이 나오는 망언들이 최소 십여차례는 터져나왔다. 여기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은 무엇일까?
그냥 한번 웃겨볼려고 한말인가?(일단 가카께서 깨끗한 분이 아니란 건 인정하고 가자. 대선 캠프의 여당인사마저 건설판에서 굴러서 그런지 이양반 때가 묻은건 우리도 다 알지. ♬나라가 엉망진창 되어도, 경제만 살리면 되지머♬ 이런식으로 말했으니 말 다했지.)
아니면 이런 건가?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 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
- 파울 요제프 괴벨스
가카 평생에 이런 루프를 수십번은 타보았을 것이다. 결국에는 나는 최고고 옳다는 판단이, 누구나 인정하는 약점인 도덕성에까지 번져버린 것이다.
더 이상 까면 우리 가카 오래 사신다. 이쯤만 하고.
다음의 동영상을 한번 봐주기 바란다. 인지능력 테스트 동영상이다. 흰색 옷입은 사람들의 패스수를 세면된다. 어려우니 주의깊게 봐주길.
그런데 중간에 지나간 곰이 무슨 춤을 추었는지 보았는가라고 물으면 80%정도는 무슨 곰? 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과연 이런 단순한 트릭에도 관객이 속을까 의심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마술사들은 절대 마술을 성공시킨다. 미스디렉션을 조금만 익히면, 오히려 단순한 트릭일수록 효과적인 것을 깨닫게 된다.
패스수를 세느라 눈앞에 뻔히 지나가는 곰도 알아채지 못하는 게 평범한 인간의 인식능력이다.
이렇듯 인간은 집중한 것 중에서도 극히 일부분만 인식한다. 이는 마술에서 말하는 미스디렉션의 기본원리이다. 마술을 배울 때 해법부터 알고 나면, 초보자들은 절대 이 마술이 통할 리 없다는 생각부터 들 것이다.
<미스디렉션의 좋은 예>
손이 눈보다 빠르다고 하는 말이 미스디렉션의 일면을 잘 설명하고 있다. 손은 눈보다 결코 빠를 수 없다.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눈에 불을 켜고 찾으면 마술사나 도박사의 재빠른 손놀림을 눈치 챌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찾으려고 집중할수록 오히려 속이기가 쉬워진다. 인식능력은 한정되어 있는데 엉뚱한 곳에 그 에너지가 집중되니 당연히 속을 수 밖에.
인간의 제한적인 인식능력은 시각적 분야에만 해당하는 얘기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인간의 전반적인 인지능력 역시 큰 맹점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사물이나 행동을 따로 따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문맥안에서 이해하려고 한다.
말하자면 모든 것에 스토리를 짜고, 그 스토리 안에서 사물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스토리는 패러다임이고, 선입견, 세계관이기 때문에 일단 성립하면 강력한 작용을 한다.
천동설이라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한, 천동설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뭔가의 착오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이런 식으로 스토리에 모순되는 사실은 인식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 원리는 뻔히 지나가는 곰을 농구공 세느라 놓치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What's the most resilient parasite? An Idea.
A single idea from the human mind can build cities.
An idea can transform the world and rewrite all the rules.
Which is why I have to steal it.
가장 질긴 기생충이 먼줄 알어? 사상이라고.
인간의 사상 하나만으로도 도시를 건설할 수 있어.
사상은 세계를 변형시킬 수 있고 모든 규칙을 다시 쓸수 있어.
그러니 내가 그걸 꼭 훔쳐야겠어.
이런 스토리에 따라서
고등학생- 너무 공부하느라 바빠서 정치 따위는 신경 못쓴다.
대학생- 너무 취업준비하느라 바빠서 정치 따위는 신경 못쓴다.
직장인- 너무 먹고 사는데 바빠서 정치 따위는 신경 못쓴다.
그런데 현실은
고등학생때 죽어라고 공부하면 소수는 좋은 대학에 진학. 대학생때 죽어라고 공부하면 소수는 좋은 직장에 입사. 그 좋은 직장안에서 죽어라고 열심히 일하면 소수는 과장이 되고, 더 소수의 사람이 남아서 부장이 되고, 극소수의 사람이 임원이 됨.
이 거대한 피라미드에서 최상층부까지 올라가서 궁극적인 성공을 거두기란,
따져보면 로또당첨되는 거하고 별로 다를 것도 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런식의 성공 스토리를 맹신하고 있다. 성공스토리에 눈이 먼 나머지, 성공이란 로또확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사회안전망이랄 게 하나도 없는 기가막힌 사회란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만들기 보다는 절대 뒤쳐지지 않으려만 하고 로또확률에 불과한 "성공"이란 것에 매진을 한다.
이렇게 집단이 가진 스토리를 바꿈으로서 현실에 영향을 주는 작업. 정보기관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해왔던 것이다. 이른바 프로파간다, 심리전, 인지조작이라고 불리는 작업이다. 광고업계, 기업에서도 이를 응용하여 기업이미지를 교묘하게 조작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그런 작업이 없을까?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권은 별도의 정책 선전, 프로파간다가 필요하지 않다. 이렇게 하면 남들보다 더 돈을 벌수 있다고 부추기만 하면 되니까.
이 정권, 아니 이 사회의 미스디렉션은 3S -Screen·Sex·Sport-따위에 있는 것 같지 않다. 보다 넓고 편한 아파트, 큰 자동차, 세련되고 차별화된 문화생활 등등 한마디로 남들 보다 더 번듯하게 사는 것. 부자가 되려는 꿈이 이 사회의 미스디렉션일지도 모르겠다.
먹고 사는데 급급하거나, 남들보다 더 번듯하게 사려는데 온 정신이 다 팔려 있는 사람에게, 정치적 구호란 무의미하다. 그리고 조중동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이러한 진부한 스토리를 바꿔주는게 중요하다.
사람들은 현실에 따라서 스토리를 만든다기 보다는, 스토리에 의해서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기본적으로 채택한 스토리는 무엇일까?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하며, 보상을 받아 남들보다 더 번듯하게 살 수 있다." 60-70년대의 전형적인 성공스토리.
현실에 따라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에 의해서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라면, 개인이나 집단이 가진 스토리를 바꾼다면 현실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시키는 데로 길을 따라 열심히 노력해봐야 별 거 없으며, 혹시라도 그 과정에서 탈락하면 그대로 내동댕이 쳐질뿐이다. 그것은 개인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문제다. 이런 스토리를 확산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요즘 느낀게.. 이런 스토리를 확산하려면
스토리를 생산하고 퍼뜨려줄 미디어가 있어야 할것 같애.
그런데 조중동문이 70-80% 먹고 있자나.
우린 안될꺼야 아마.

• Trackback
20대들아, 우리나라 미래는 필리핀이다
Tracked from Lael's World 2010/08/11 21:24 [Delete]
출처 : 주식갤20대들아, 우리나라 미래는 필리핀이다.지금이 딱 과도기다. 지금처럼 아무리 돈을 투자해서 공부하고, 노력해도, 제대로된 곳에 취직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알면서도, 미친듯이 자기계발을 위해 돈을 투자하는 시기는 앞으로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지금은 좆서민이라도, 빚을 내서라도, 어떻게든 스펙 올리겠다고 수백만원의 돈을 투자해서 과외하고, 학원 다니고, 어학연수까지 갔다오고, 별ㅈㄹ을 다 하지? 하지만, 이게 다 무의미...